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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를 보면 '놀람'과 '무서움'이 먼저 떠오르지만,《검은 수녀들》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선 영화였다.
종교라는 틀 안에서 벌어지는 불안과 믿음 사이의 충돌,그리고 인간의 본성과 악의 기묘한 경계를 이야기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단순히 ‘무서웠다’는 감정보다,‘이건 그냥 공포영화로만 볼 수는 없겠구나’ 싶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보려 한다.
1. 줄거리 – 믿음인가, 광기인가
영화 검은 수녀들은 1960년대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한 소녀가 갑작스럽게 악령에 씌인 듯한 이상 증세를 보이고,교단은 이를 숨기기 위해 소수의 수녀들에게만 이 사건을 알린다.이 사건을 계기로 주인공인 젊은 수녀 ‘마리’와 과거에 엑소시즘을 경험한 수녀 ‘베로니카’가 한 팀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려 나선다. 하지만 악령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의 의심과 두려움이었다.
두 수녀는 소녀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점점 진실을 마주하게 되지만,그 진실은 단순히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종교의 내부 권력과 억압, 그리고 인간 심리의 깊은 어둠과도 맞닿아 있다.
소녀가 정말 악령에 씌인 건지,아니면 억눌려온 심리적 고통이 만들어낸 환상인지,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교단의 대응은 정말 ‘신의 뜻’인지, 영화는 뚜렷한 결론을 주기보단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관객을 끌고 간다.
후반부로 갈수록 환각과 현실, 신념과 광기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마리와 베로니카는 자신의 믿음마저 흔들리는 위기에 직면했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우리가 생각했던 공포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또 무서운 것이었다.
2. 느낀점 – 가장 두려운 건 결국 인간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공포 장면에서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진짜 소름이 끼쳤던 건 사람들의 믿음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주인공 마리가 점점 사건을 파헤칠수록 그녀가 믿었던 ‘종교’와 ‘시스템’이 오히려 진실을 가리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수녀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 교단 내부에서의 위계질서,
그리고 신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지는 폭력. 이 모든 것이 공포보다 더 깊은 불편함을 남겼다.
개인적으로는, 검은 수녀들이 단순히 악령을 쫓는 영화가 아니었다는 점이 좋았다.
물론 엑소시즘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속에는 사회의 억압과 여성의 목소리가 눌려왔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리와 베로니카는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끝까지 진실을 마주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신념과도 싸워야 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양심 사이에서의 갈등, 이건 종교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도 자주 마주치는 문제다.
공포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바로 그래서 이 영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 같다.
3. 언제 보면 좋을지 추천 – 단순한 자극을 넘어선 공포가 필요할 때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섭고 짜릿한 장면이 있는 영화를 기대하겠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의 것을 원할 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공포영화를 찾는다면단순한 귀신 이야기보다 ‘왜 그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이 영화는 공포와 심리 스릴러, 종교 비판이 자연스럽게 섞인 복합 장르다.
종교적 소재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영화는 엑소시즘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숨어 있는 종교 내부의 권력과 성차별, 억압의 구조를 날카롭게 들춰낸다.
그래서 단순한 ‘믿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무거운 분위기의 심리 드라마가 보고 싶을 때 공포라기보다 무거운 인간극에 가까운 감정선이 있다.
마리와 베로니카의 선택을 통해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생각도 함께 던진다.
공포보다는 ‘불편함’을 느끼고 싶은 날 가끔은 진짜 무서운 게 귀신이 아니라, 사람들일 때가 있다.
이 영화는 그런 공포를 느끼고 싶을 때, 딱 맞는 영화다. 보는 내내 조용한 불편함이 마음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