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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개봉한 영화 아마추어(The Amateur)는 주연 배우 라미 말렉과 로렌스 피시번의 조합만으로도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다. 첩보와 복수라는 익숙한 소재를 기반으로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했던 이유는 한 명의 평범한 인물이 ‘국가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싸우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지를 아주 현실적인 톤으로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대사들, 인물의 흔들림, 그리고 질문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정의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영화나 스릴러에 머물지 않고, 감정과 철학이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1. 줄거리 – 아마추어의 복수가 직업을 이긴 순간
아마추어의 주인공 찰스는 CIA의 암호 해독가로 일하는 평범한 사무직 요원이다. 현장에서 총을 쏘거나 위장 임무를 수행하는 정예 요원이 아닌, 책상 앞에서 코드를 풀고 정보의 흐름을 감시하는 조용한 존재. 그러던 어느 날, 찰스는 런던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으로 자신의 아내를 잃게 된다. 범인은 국제 테러리스트 조직의 핵심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외교적 문제와 정치적 리스크를 이유로 그를 추적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 결정에 분노한 찰스는 시스템 안에서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그를 찾아내기로 결심한다. 문제는 그가 ‘아마추어’라는 것이다. 전투 능력도, 현장 경험도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암호 해독 능력과 정보 분석력을 이용해, 점점 범인의 위치와 조직 내부 정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전직 요원이자 내부 고발자였던 라벨(로렌스 피시번)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되고, 둘은 위험한 공조를 시작한다. 테러리스트를 쫓는 과정에서 찰스는 점점 더 많은 도덕적 질문과 마주하게 되고, 자신이 ‘복수’라는 이름으로 어떤 경계를 넘고 있는지도 깨닫기 시작한다. 결국 찰스는 진짜 적이 누구인지, 그리고 아마추어의 분노가 언제부터 정당성을 잃었는지를 돌아보게 되는 지점에 도달한다. 이 영화는 복수의 끝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스릴러 장르의 외피 속에 정교한 심리극을 담아냈다.
2. 느낀점 – 시스템 밖의 정의는 가능한가
처음 이 영화를 보러 갈 때는 액션 중심의 스파이 스릴러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극장을 나설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총격이나 추격전이 아니라 찰스라는 인물의 내면이었다. ‘아마추어’라는 제목처럼, 그는 모든 상황에서 부족하고 어설펐다. 하지만 그 어설픔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특별한 능력 없이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움직이는 이야기. 복수라는 감정은 영웅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찰스의 무모한 선택들이 때론 안타깝게, 때론 깊이 공감되게 다가왔다. 라미 말렉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보헤미안 랩소디에서의 섬세한 감정선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눈빛 하나로 분노와 슬픔, 혼란을 다 보여주는 연기가 인상 깊었다. 특히 후반부, 적을 눈앞에 두고도 망설이는 장면에서의 흔들림은 그 어떤 액션보다 강한 몰입감을 줬다. 로렌스 피시번 역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찰스의 이야기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정의는 늘 옳은가? 국가라는 시스템은 언제부터 사람을 보호하지 않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 틈에서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어디까지인가. 이런 질문들이 찰스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계속 제기되고,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단지 복수를 위한 스릴러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시스템의 틈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3. 언제 보면 좋을지 추천 – 내가 작게 느껴지는 순간
이 영화는 단순히 스릴을 즐기고 싶은 날보다는, 세상이 너무 거대하게 느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때, 조용히 꺼내보면 좋다. ✔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이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 때, 찰스의 모습은 거울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외쳐도 시스템은 변하지 않고, 진실은 외면당할 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움직인다. 그게 과연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영화 전체를 통해 고민하게 되지만, 적어도 그는 멈추지 않았고,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위로받게 된다. ✔ 현실의 벽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 이 영화는 비현실적인 해피엔딩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끝까지 무거운 질문을 남기고, 그 속에서 진짜 의미를 찾게 한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고, 찰스처럼 아마추어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행동 하나가 얼마나 큰 울림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고요한 저녁, 무겁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을 때, 아마추어는 묵직한 영화다. 보는 내내 집중하게 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쉽게 일어나기 어렵다. 감정이 깊어지는 계절이나, 내 삶의 방향을 돌아보고 싶은 시점에 보면, 이 영화는 좋은 대화를 건네는 친구처럼 다가온다. 요즘처럼 복잡한 사회 안에서 진짜 정의란 무엇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마무리하며
아마추어는 제목만큼이나 조용히 시작되지만, 끝나고 나면 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남는다. 라미 말렉이 만들어낸 찰스라는 인물은 완벽한 히어로가 아니었기에 더 진짜 같았고, 로렌스 피시번은 그런 이야기의 균형을 지켜주는 무게 중심이었다. 우리가 잊고 지낸 질문들, 그리고 언젠가 마주하게 될 선택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영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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