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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상반기, 극장가에서 가장 이슈였던 작품 중 하나는 단연 로비였다.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한 하정우가 이번에는 감독으로서 메가폰을 잡고, 사회와 권력,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면을 담아낸 정치 드라마를 선보였다. 로비는 단순한 권력 비판 영화가 아니었다. 누구나 살아남기 위해 타협하고, 진실을 밀어두는 현실 속 우리를 마주하게 하는 거울 같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관객의 감정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로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정우 감독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에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었다.
1. 줄거리 – 진실과 거래 사이, 살아남기 위한 로비
로비는 대한민국의 국회와 정재계를 배경으로,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기 위한 인물들의 숨막히는 협상과 거래를 그린다.
주인공 윤태호(이성민 분)는 로비스트 출신의 정치컨설턴트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로펌에 소속되어 있으나, 사실상 정치인과 기업, 언론을 오가며 정책 방향과 입법 방향을 조율하는, ‘그늘 아래 권력’을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에게 어느 날 대형 제약회사에서 독성 논란이 있는 신약을 합법화하는 법안 통과 로비를 요청한다.
반대 여론은 들끓고, 언론도 이 사안을 주목한다. 하지만 윤태호는 이익과 생존을 위해 로비에 나서고, 그 과정에서 국회의원 장선우(이희준 분), 정치초년생이지만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보좌관 한세윤(김태리 분)과 맞부딪히게 된다.
윤태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맥을 활용하고, 언론을 조율하고, 상대를 회유하며 판을 끌고 가지만, 점차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법안을 둘러싼 거래의 이면에는 진실이 묻힌 과거 사건, 그리고 정치의 민낯이 숨어 있었고,
영화는 이 인물들이 각자의 선택을 통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잃는지를 차분하게 조명해 나간다.
2. 느낀점 – 화려함 뒤에 감춰진 한국 사회의 본질
솔직히 처음엔 ‘로비’라는 제목에 큰 기대 없이 영화를 봤다.
정치나 로비라는 주제가 자칫하면 딱딱하거나 지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정우 감독은 이 소재를 정치 스릴러라는 장르로 탄탄하게 풀어냈다. 영화는 과장된 드라마보다, 오히려 현실에 가까운 담백한 전개로 “이건 정말 실제로도 있을 법한 이야기다”라는 느낌을 끊임없이 줬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주인공 윤태호가 악인이 아닌 회색의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그는 절대적인 악역도 아니고, 정의로운 영웅도 아니다.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덕과 타협해온 ‘보통의 전문가’다. 그리고 그 점이 더 무섭게 다가왔다.
이런 인물이 현실에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이 움직이는 방식이 우리가 보는 뉴스의 이면에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감정 없이 보여주는데, 그 점이 오히려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또한, 김태리 배우가 연기한 한세윤이라는 인물은 관객이 영화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든 ‘창문’ 같은 존재였다.
이 세계에 발을 들이지만 끝까지 신념을 지키려는 인물이다. 그녀를 보며,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정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3. 언제 보면 좋을지 추천 – 현실 정치가 혼란스러울 때
이 영화는 단순한 극적인 재미보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공감과 성찰을 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순간에 보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
현실 정치에 회의감이 들 때
뉴스를 보면 화가 나고,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로비를 보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그 안에는 도덕과 권력, 양심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실적인 인간 군상이 있다.
선택과 타협의 의미를 되짚고 싶을 때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 ‘이게 옳은 길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길일까’ 고민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선택 앞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는지, 혹은 타협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정치 드라마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보고 싶을 때
로비는 정치 스릴러지만, 액션 없이도 긴장감을 유지한다.
대사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고, 전개 속에 숨어 있는 사회 구조의 민낯이 보인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탄탄한 드라마를 찾는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마무리하며
로비는 쉽게 잊히지 않는 영화였다. 자극 없이도 깊게 파고드는 이야기, 누군가의 선택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늘 접하고 있는 사회의 흐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하정우 감독의 첫 연출작답게 디테일과 메시지가 살아 있었고, 앞으로 그의 연출작이 더 기대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진짜 한국 사회를 담아낸 영화 한 편, 마음이 무거운 날, 혹은 세상이 복잡해 보일 때 꼭 한 번쯤은 보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